요약
민법상 사단법인이 법률이나 정관에 근거가 없는데도 총회를 소집·개최하지 않고 서면만으로 결의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결의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4 판결). 일부 구성원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채 열린 총회의 결의를 무효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한 판결도 있습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5900 판결). 이사회가 이사를 해임할 때도, 정관에 해임사유가 정해져 있다면 원칙적으로 그 사유가 실제로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결의 내용이 다수의 지지를 받았더라도 정관과 민법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결의 전체가 무효로 다투어질 수 있어 보입니다.
총회를 열지 않고 서면으로만 결의하면 효력이 있는가
법률이나 정관에 근거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결의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민법이 총회 1주간 전 목적사항을 적은 소집통지(제71조), 통지한 사항에 관한 결의(제72조), 사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사원 결의권 과반수의 결의(제75조 제1항)를 정하고 있으므로, 소집·개최된 총회에 사원들이 참석해 결의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법이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4 판결).
이 사건의 사단법인은 2020년 임시대의원총회를 서면결의로 진행하기로 하고, 2020. 12. 16.경 대의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냈습니다. 안건은 정관의 “회장의 연임은 1회에 한한다”는 부분을 삭제하고, 그 효력이 개정 제안 당시의 임원부터 생기도록 하는 부칙을 신설하는 정관변경이었습니다. 2020. 12. 29.까지 제출된 서면결의서를 집계한 결과 재적대의원 454명 중 찬성 449명, 반대 3명, 미회신 2명이었습니다.
그 뒤 2021. 6. 28. 대면으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두 차례 회장을 지낸 사람이 단독 후보로 다시 회장에 선출되었습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6. 14. 선고 2022나2030356 판결)은 정관변경결의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그 정관에 근거한 회장선출결의도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단순한 찬반투표만 서면으로 받는 방식은 총회에 참석해 토론하고 결의하는 사원권의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사회가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서면결의를 택했다고 하지만, 당시 총회 개최가 상당 기간 어려웠는지 분명하지 않고, 그때 정관을 변경해야 할 필요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찬성률이 높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절차상 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본 것으로 보입니다.
서면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가
총회를 소집·개최한 상태에서 사원이 서면으로 결의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법이 허용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3조 제2항은 사원이 서면이나 대리인으로 결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이 경우 그 사원은 출석한 것으로 봅니다(제75조 제2항). 다만 정관에 다른 규정이 있으면 이 조항은 적용되지 않습니다(제73조 제3항).
2023다254984 판결이 문제 삼은 것은 총회의 소집·개최 절차 자체를 거치지 않은 서면결의였습니다. 판결도 ‘법률이나 정관에 정함이 없는데도’ 서면만으로 결의한 경우를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정관에 서면결의나 온라인 총회에 관한 근거와 절차가 있는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어 보입니다.
일부 구성원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으면 결의는 어떻게 되는가
총회 결의가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회원명단에 있는 사람들(67명 내지 82명)에게만 소집통지를 하고, 명단에서 빠진 구성원들에게는 통지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임시총회에서 이루어진 회장선출결의를 무효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5900 판결).
이 사건의 단체는 정관에서 회원 자격을 일정한 선조의 자손과 그 배우자로 정하면서, 회원이 주소와 이름을 신고하면 등록된다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었습니다. 단체는 등록한 회원만 구성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원심(대전고등법원 2020. 7. 16. 선고 2020나10921 판결)은 회원 자격은 자격 조항에서 정하고 등록 조항은 회원관리의 편의를 위한 절차일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판단과 결의 무효의 결론을 수긍하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종중 유사단체(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도 정관상 구성원 자격과 실제 회원명부가 일치하지 않는 협회나 단체라면, 소집통지 대상을 명부만으로 정했다가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참고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이사회가 이사를 해임하려면 어떤 사유가 있어야 하는가
정관에 해임사유가 정해져 있다면, 중대한 의무위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사유로는 이사를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법인과 이사의 관계는 위임과 비슷해 원래는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지만(민법 제689조 제1항), 정관의 해임사유 규정은 이사의 신분을 보장하는 의미도 있어 단순한 주의적 규정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의 재단법인 정관은 ‘법인의 목적에 위배되는 행위’, ‘임원 간의 분쟁·회계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 ‘법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임사유로 정하고, 이사의 직무상 부당행위가 있으면 감사결과에 따라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결의로 해임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사들과 감사들의 계속된 소집 요구에도 이사장이 임시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자, 이사·감사들은 2022. 3. 23. 임시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을 이사에서 해임하는 결의를 했습니다.
원심(대전고등법원 2023. 7. 13. 선고 (청주)2022나51288 판결)은 법인과 이사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른 경우에만 정당한 해임사유가 된다는 기준을 세워 해임결의를 무효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신뢰관계 파탄을 별도의 요건으로 따질 필요는 없다며 원심의 기준은 잘못이라고 하였습니다. 다만 이 사안에서는 정관이 정한 직무상 부당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해임결의에 실체적 하자가 있다는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판결들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 판결 | 쟁점 | 결론 |
|---|---|---|
|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4 판결 | 정관에 근거 없이 총회 소집·개최 없이 서면만으로 한 정관변경결의의 효력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중대한 하자, 그 정관에 근거한 회장선출결의도 무효로 본 원심 유지(상고기각) |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 정관에 해임사유가 있는 경우 이사 해임의 요건 | 정관 외 사유로 해임 불가(원칙), 정관 사유가 있으면 신뢰관계 파탄은 별도 요건 아님. 이 사안은 해임사유 없어 무효(상고기각) |
|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5900 판결 | 회원명단에 없는 구성원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총회 결의의 효력 | 소집통지 절차의 하자로 결의 무효로 본 원심 수긍(상고기각) |
코멘트: 기관과 회원이 점검할 사항
결의의 효력을 둘러싼 분쟁은 결의 내용보다 정관과 절차를 지켰는지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 협회·재단(사무국): 서면결의나 온라인 총회를 쓰려면 정관에 근거와 절차(통지 방법, 의결 정족수, 토론 기회)를 먼저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사단법인의 정관변경은 정관에 다른 정수 규정이 없으면 총사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는 점(민법 제42조)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소집권자(이사장·회장): 소집통지 대상은 회원명부가 아니라 정관상 구성원 자격을 기준으로 점검하고, 통지일·통지 방법·목적사항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총회는 원칙적으로 통지한 사항에 관해서만 결의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72조).
- 이사회: 이사를 해임하려면 정관에 해임사유와 절차가 있는지, 그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는지를 결의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사결과 등 정관이 요구하는 선행 절차도 빠뜨리지 않아야 합니다.
- 회원·이사: 결의의 하자를 다투려면 소집통지와 의결 과정에 관한 자료(안내문, 결의서, 회의록)를 확보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자 있는 결의에 근거한 후속 결의도 함께 다투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과 법령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정관 규정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대의원 대부분이 서면으로 찬성했다면 총회를 열지 않아도 결의가 유효한가요?
정관에 근거가 없다면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재적대의원 454명 중 449명이 찬성한 서면결의에도, 소집·개최 절차 없이 이루어졌고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4 판결).
Q. 감염병 유행처럼 모이기 어려운 사정이 있으면 서면결의가 허용되나요?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달리 볼 여지를 남겼지만, 해당 사안에서는 총회 개최가 상당 기간 어려웠는지 분명하지 않고 그 시기에 결의할 필요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3다254984 판결). 미리 정관에 서면·온라인 결의의 근거를 두는 것이 안전해 보입니다.
Q. 회원명부에 있는 사람에게만 소집통지를 했는데 문제가 되나요?
정관상 구성원 자격이 있는데 명부에서 빠진 사람에게 통지하지 않았다면 결의가 무효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회원명단에 누락된 구성원들에게 통지하지 않은 총회의 결의를 무효로 본 원심 판단을 수긍했습니다(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5900 판결).
Q. 정관에 해임사유가 정해져 있으면 다른 이유로는 이사를 해임할 수 없나요?
이사의 중대한 의무위반이나 정상적인 사무집행 불능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사유로는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 정관이 정한 해임 절차도 따라야 합니다.
Q. 정관이 정한 해임사유가 있으면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점까지 증명해야 하나요?
그렇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정관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실제로 발생했다면, 신뢰관계 파탄을 별도 요건으로 따질 필요 없이 정관 조항을 해석·적용해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3다26353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