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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인 잘못을 이유로 한 도급계약 해제가 인정되지 않으면, 도급인의 임의해제로 볼 수 있는가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82177, 2024다282184 판결

요약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를 통보했는데 채무불이행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면, 그 통보를 민법 제673조의 임의해제로 바꾸어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임의해제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손해를 배상하고 하는 해제여서, 손해배상을 받으려던 도급인의 의사와 정반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통보 뒤 수급인이 일을 멈추고 도급인도 이의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임의해제 의사를 확장해석할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해제를 통보하는 쪽은 해제 사유와 근거를 통보서에 분명히 적고, 받는 쪽은 통보의 효력을 다투면서 이행 여부를 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민법 제673조의 임의해제는 채무불이행 해제와 무엇이 다른가

임의해제는 수급인에게 잘못이 없어도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할 수 있는 해제입니다.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반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는 수급인의 이행지체 등 요건이 있어야 하고(민법 제544조 등), 도급인은 오히려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급인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했으나 법원에서 그 요건이 인정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해제 통보가 효력이 없다고 볼지, 아니면 적어도 임의해제의 효력은 있다고 볼지에 따라 계약의 존속 여부와 손해배상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판결쟁점결론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요건 없는 채무불이행 해제 통보에 임의해제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임의해제 의사 포함 부정, 변론주의 위반(파기환송)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82177, 2024다282184 판결통보 뒤의 사정과 소송 경과로 임의해제 의사를 확장해석할 수 있는지확장해석 불가(파기환송)

①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임의해제로 볼 수 없다

2022다246757 판결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건축사사무소와 맺은 용역계약 사안입니다. 조합은 2013. 5. 30. 건축사사무소의 채무불이행이나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해제를 통보했고, 건축사사무소는 용역비를 청구했습니다.

원심(대구고등법원 2022. 5. 25. 선고 2019나23399 판결)은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통보에 임의해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아, 계약이 2013. 5. 30. 해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임의해제 의사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도급인으로서는 손해배상을 받으려던 해제가 도리어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하는 해제로 바뀌는 것이어서, 도급인의 의사와 의사표시 해석의 일반 원칙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또 해제가 무효라고 믿고 일을 계속한 수급인은 그사이 한 일이 계약과 무관한 일이 되고 다른 일을 할 기회도 놓칠 수 있어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조합이 주장하지도 않은 임의해제를 원심이 인정한 것은 변론주의에도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② 통보 뒤의 사정으로 확장해석할 수도 없다

2024다282177, 2024다282184 판결에서는 방향이 반대였습니다. 시장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시행자는 2019. 8. 14. 설계사무소와 건축설계 및 도시관리계획(변경) 업무계약을 맺었습니다. 사업시행자는 2021. 7. 16. 설계도면의 하자와 대관업무 미수행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지했습니다.

이번에는 수급인인 설계사무소가,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데 도급인이 일의 완성 전에 해제했으므로 민법 제673조에 따라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사업시행자는 이 계약이 위임의 성질도 있어 민법 제689조에 따라 자유롭게 해지할 수 있었다거나, 채무불이행 해제였다고 다투었습니다.

원심(수원고등법원 2024. 8. 22. 선고 2023나20330(본소), 2023나20347(반소) 판결)은 채무불이행 해제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임의해제 의사가 통보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사업시행자가 제1심에서 채무불이행이 아니더라도 계약은 해지·해제되었다고 주장했고, 통보 뒤 설계사무소가 업무를 중단했는데 사업시행자도 이의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앞의 2022다246757 판결을 인용하며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통보서에는 하자와 대관업무 미수행을 이유로 해지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 손해를 배상하고 해제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통보 뒤에 생긴 사실관계나 소송 경과만으로 통보에 없던 임의해제 의사와 손해배상의 뜻까지 확장해석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위임 성질에 관한 주장 등 나머지 상고이유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두 판결을 함께 보면, 도급인의 해제 통보가 채무불이행 해제로서 효력이 없다면 임의해제로 대신 살아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수급인이 계약 존속을 주장하든 임의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을 주장하든, 통보의 문언과 통보 당시의 의사가 기준이 되는 구조로 보입니다.

코멘트: 실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해제 통보서에 무엇을 적었는지가 나중에 계약이 끝났는지, 누가 누구에게 배상하는지를 정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발주자·도급인(시행사, 정비사업조합 등): 채무불이행 해제를 통보할 때는 최고 등 요건과 해제 사유를 구체적으로 갖추었는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건이 불확실한데 계약 관계를 끝내야 한다면, 임의해제를 할지 여부와 그 경우의 손해배상 부담을 따로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소송에서 임의해제를 예비적으로 주장할지도 처음부터 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은 임의해제를 법원이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본 판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 설계사무소·시공사 등 수급인: 해제 통보를 받으면 그 사유가 실제로 인정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보가 무효라고 보아 이행을 계속할지, 업무를 중단할지에 따라 이후 청구의 근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업무 중단과 상대방의 침묵만으로는 임의해제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설계·용역계약 실무자: 계약서에 도급인의 중도해지 조항과 그 경우의 정산 방법을 미리 두면, 해제 사유를 두고 다투는 범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계약서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급인 잘못을 이유로 한 해제가 인정되지 않으면 계약은 어떻게 되나요?

대법원은 그 통보에 민법 제673조의 임의해제 의사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그래서 다른 해제·해지 사유가 따로 인정되지 않는 한 계약이 그대로 존속하는 것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Q. 도급인이 해제를 통보한 뒤 수급인이 일을 멈추고 도급인도 이의하지 않았다면 임의해제가 되나요?

그런 사정만으로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대법원은 통보 뒤의 사실관계나 소송 경과만으로 통보에 없던 임의해제 의사와 손해배상의 뜻을 확장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다282177, 2024다282184 판결).

Q. 임의해제를 하면 도급인은 어떤 책임을 지나요?

민법 제673조는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수급인에게 잘못이 없어도 해제할 수 있는 대신 수급인의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Q. 설계용역계약은 위임처럼 언제든 해지할 수 있나요?

계약의 성질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을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정하지만, 설계용역계약이 도급인지 위임의 성질도 갖는지는 계약 내용에 따라 판단될 문제로 보입니다. 2024다282177, 2024다282184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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