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산업기술보호법의 ‘산업기술’은 국가핵심기술이나 산업발전법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의 범위에 속하는 기술처럼 법령에 따라 지정·고시·공고·인증된 기술을 말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의 ‘영업비밀’과 달리 비공지성, 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13도12266). 그래서 같은 자료라도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비밀은 부정되면서, 고시된 첨단기술과 밀접한 구체적 기술정보라는 이유로 산업기술에는 해당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2도7718). 처벌도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한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65억 원 이하의 벌금을 함께 매기도록 되어 있어 무겁습니다. 퇴직이나 이직 과정에서 자료 반출이 문제 되면, 그 기술이 어떤 고시에 해당하는지와 회사가 그 정보를 어떻게 비밀로 관리했는지를 나누어 확인해야 합니다.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은 무엇이 다른가
산업기술은 ‘법령에 따른 지정·고시’가, 영업비밀은 ‘비밀로서의 실질’이 기준입니다.
- 산업기술: 제품이나 용역의 개발·생산·보급·사용에 필요한 기술상 정보 가운데 행정기관의 장이 법령에 따라 지정·고시·공고·인증하는 기술입니다. 국가핵심기술, 산업발전법 제5조에 따라 고시된 첨단기술의 범위에 속하는 기술,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라 지정된 신기술 등이 열거되어 있습니다(산업기술보호법 제2조 제1호).
- 국가핵심기술: 산업기술 가운데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되면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따로 지정된 기술입니다(같은 법 제2조 제2호, 제9조).
- 영업비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경제적 유용성), 비밀로 관리된(비밀관리성)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입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
대법원은 산업기술보호법의 산업기술은 영업비밀과 달리 비공지성, 비밀유지성(비밀관리성), 경제적 유용성의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산업기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그 기술과 관련해 특허가 등록되어 내용 일부가 공개되었더라도, 전부 공개된 것이 아닌 이상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어떤 자료가 ‘산업기술’에 해당하는가
고시된 기술의 이름과 똑같은 자료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 기술과 밀접한 구체적 기술정보인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어떤 정보가 고시된 첨단기술의 범위에 속하는지는, 그 첨단기술에 관한 제품이나 용역의 개발·생산 등에 필요한 구체적인 기술상 정보인지, 고시된 첨단기술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그 정보를 통해 보유 기관이 산업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2도7718 판결).
이 사건에서 연구원이던 피고인은 퇴직 무렵 태양전지 전극용 소재와 OLED 밀봉용 소재에 관한 실험 데이터, 원료 배합 비율을 기록한 배치표 등 파일 1,079개를 USB에 저장하고 자료 125개를 출력했습니다. 원심은 완제품의 최종 조성 비율이 아니라는 이유로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이 자료들이 고시된 첨단기술에 관한 제품 개발에 필요한 구체적 정보이고, 회사가 인력과 장비를 들여 얻은 비공개 정보여서 산업기술로 볼 소지가 크다며 그 유출 부분 무죄를 파기했습니다. 반면 같은 사건에서 영업비밀 사용 부분은, 자료가 객관적으로 비밀로 유지·관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가 유지되었습니다.
산업기술인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봅니다. 대법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면 그 기술이 취득 당시에도 법에 따라 보호되는 산업기술이어야 하고, 법이 시행되기 전에 취득했으며 지정·고시되지도 않았던 기술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도21051 판결). 기업은 보유 기술이 산업기술에 해당하는지 산업통상부장관에게 확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의3).
| 판결 | 쟁점 | 결론 |
|---|---|---|
| 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 산업기술도 영업비밀처럼 비밀성 등을 갖추어야 하는가, 특허로 일부 공개되면 보호에서 빠지는가 | 비공지성·비밀관리성·경제적 유용성은 요건이 아님. 일부 공개되어도 비밀유지의무 대상. 유죄 원심 유지(상고기각) |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도464 판결 | 산업기술임을 알고 유출했다는 사실만으로 구법상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을 추정할 수 있는가 | 추정할 수 없고 검사가 증명해야 함. 법인 양벌규정은 관리·감독 과실이 있어야 적용. 무죄 원심 유지(상고기각) |
|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4도21051 판결 | 법 시행 전 취득한, 지정·고시되지 않은 기술도 산업기술인가 | 취득 당시 보호되는 산업기술이어야 함. 해당하지 않음. 원심 유지(상고기각) |
|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2도7718 판결 | 최종 조성 비율이 아닌 실험 데이터·배합 기록도 산업기술인가, 같은 자료가 영업비밀인가 | 산업기술로 볼 소지가 큼(유출 무죄 부분 파기환송). 영업비밀은 비밀관리성 부족으로 무죄 유지 |
무엇이 처벌되고, 법정형은 어떻게 다른가
두 법 모두 부정한 취득, 비밀유지의무 위반 유출, 그 사정을 알고 넘겨받아 쓰는 행위를 처벌하지만, 법정형과 주관적 요건이 다릅니다.
- 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 등을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65억 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합니다(제1항). 산업기술을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한 경우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억 원 이하의 벌금(제2항), 외국 사용과 관계없는 유출 등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제3항)입니다. 유출 등이 개입된 사실을 중대한 과실로 모르고 취득·사용한 경우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제4항, 제14조 제13호).
-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침해하면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 원 이하의 벌금(제1항), 그 밖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제2항)이고, 이득액에 따라 벌금 상한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의 유출·누설 등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제1항 제1호).
- 주관적 요건의 변화: 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 제2호도 예전에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대상기관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후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알면서’)을 요건으로 했고, 대법원은 산업기술임을 알고 유출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목적을 추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5도464 판결, 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2도7718 판결). 그러나 2025. 7. 22. 시행된 개정법(법률 제20694호)은 제2호에서 이 문언을 빼고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사람의 유출 등을 그대로 금지하고 있어, 그 이후의 행위는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 법인 처벌: 직원이 업무에 관하여 위반하면 법인도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다만 위반을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면 면책됩니다(산업기술보호법 제38조, 부정경쟁방지법 제19조).
코멘트: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가
- 자료를 가지고 나왔다는 의심을 받는 퇴직자·이직자: 그 자료가 어떤 고시의 어떤 기술에 해당한다는 것인지, 영업비밀이라면 회사가 접근 제한이나 비밀 표시 등으로 실제로 관리했는지를 나누어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위 시점이 2025. 7. 22. 전후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산업기술보호법 문언도 달라집니다.
- 자료가 빠져나간 것으로 보이는 기업: 산업기술 해당 여부 확인(제14조의3)을 받아 두었는지, 자료별 접근 권한과 반출 기록, 퇴직 시 반환·삭제 요구 기록이 남아 있는지가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양쪽 주장에 모두 쓰일 수 있습니다.
- 경력직을 채용한 기업: 입사자가 전 직장 자료를 가져와 업무에 참고하게 하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몰랐다는 이유로 채용 기업과 그 직원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산업기술을 참조해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실험을 생략하는 것도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으므로(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2도7718 판결), 입사 시 서약과 자료 반입 점검을 마련해 두는 편이 안전해 보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비밀로 관리하지 않았던 자료라면 처벌되지 않나요?
영업비밀 침해는 비밀관리성이 요건이어서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기술보호법의 산업기술은 비밀관리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으므로, 법령에 따라 고시된 기술에 해당하면 따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도12266 판결).
Q. 특허로 이미 공개된 기술인데도 산업기술 유출이 되나요?
특허로 내용 일부가 공개되었더라도 그 산업기술이 전부 공개된 것이 아니라면 비밀유지의무의 대상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공개된 부분과 공개되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최종 제품의 레시피가 아니라 실험 데이터만 가져온 경우는 어떤가요?
그것만으로 산업기술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실험 데이터나 배합 비율 기록처럼 고시된 첨단기술에 관한 제품 개발에 필요한 구체적 기술정보라면 산업기술로 볼 소지가 크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9. 25. 선고 2022도7718 판결).
Q. 국가핵심기술은 처벌이 얼마나 무거운가요?
국가핵심기술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유출 등을 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65억 원 이하의 벌금을 함께 매깁니다(산업기술보호법 제36조 제1항). 미수와 예비·음모도 처벌 대상입니다.
Q. 직원이 가져온 자료를 썼다면 회사도 처벌되나요?
처벌될 수 있습니다. 두 법 모두 직원의 위반에 대해 법인에도 벌금형을 과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법인이 위반을 막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면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