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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PF 분쟁

신탁사와 맺은 분양계약을 해제하면, 신탁사는 어디까지 책임지는가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99635 판결,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3797 판결

요약

관리형 토지신탁 방식으로 분양된 오피스텔·생활숙박시설 계약서에는 매도인인 신탁사가 “신탁재산 범위 안에서만 책임진다”는 책임한정특약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은 2025. 7. 3. 이 특약이 계약자유의 원칙상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2026. 2. 26. 판결은 이 특약이 약관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므로, 신탁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특약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다는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분양계약이 해제될 때 신탁사가 고유재산으로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하는지는, 특약이 계약서에 있는지보다 계약 체결 당시 어떻게 설명되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임한정특약이란 무엇이고, 왜 다툼이 되는가

책임한정특약은 신탁사가 분양계약상 매도인으로서 지는 책임을 신탁재산과 신탁계약의 업무범위 안으로 제한하는 약정입니다. 관리형 토지신탁에서는 사업의 실질 주체가 시행사(위탁자)이지만, 토지와 사업 명의는 신탁사(수탁자)에게 넘어가 있어 신탁사가 분양계약의 매도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신탁사는 신탁사무를 처리하면서 제3자에게 진 채무를 신탁재산뿐 아니라 자신의 고유재산으로도 책임집니다. 신탁재산만으로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신탁행위로 수익자에게 부담하는 채무에 한정되기 때문입니다(신탁법 제38조,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31883, 31890 판결). 책임한정특약은 이 원칙을 계약으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다툼은 사업이 멈췄을 때 생깁니다. 준공이 늦어져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해도 신탁재산 안에 남은 돈이 없으면, 특약이 유효한 이상 신탁사에게서 사실상 돌려받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수분양자 측은 특약이 무효라거나, 적어도 계약 내용이 되지 않았다고 다투게 됩니다. 2011년 신탁법 전부개정으로 등기를 갖춰야 하는 유한책임신탁 제도(신탁법 제114조 이하)가 생긴 뒤에는, 등기 없이 비슷한 효과를 내는 개별 특약이 허용되는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두 판결을 함께 보면, 대법원은 특약의 효력은 인정하되 그 특약이 계약 내용으로 편입되었는지는 엄격하게 보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판결쟁점결론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99635 판결책임한정특약은 유효한가유효.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효가 되지 않음 (상고기각)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특약은 약관 설명의무 대상인가대상.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신탁사가 특약을 주장할 수 없음 (상고기각)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3797 판결수탁자 책임이 신탁재산 한도로 제한될 때 판결 주문은 어떻게 쓰는가주문에 신탁재산 한도에서 지급하라는 취지를 명시해야 함, 금액 특정은 불필요 (파기환송)

① 특약 자체는 유효하다: 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99635 판결

수분양자는 입주예정일(2019. 12.)로부터 3개월이 지나도 오피스텔이 준공되지 않자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과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1심은 등기 등 유한책임신탁의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특약만으로 책임을 줄이는 것은 수탁자에게 부당한 편익을 주고, 수분양자가 교섭하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특약을 무효로 보았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13. 선고 2020가단5231440 판결).

항소심은 반대로 판단했습니다. 신탁계약이 신탁원부로 공시되었고, 수분양자가 특약을 포함한 계약 내용을 자세히 읽고 설명을 들어 이해했다는 취지를 계약서에 자필로 적었다는 점 등을 들어, 신탁사의 위약금 책임을 신탁재산 범위로 제한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10. 19. 선고 2022나28040 판결). 대법원은 관리형 토지신탁의 수탁자가 수분양자와 이런 약정을 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하고,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② 설명하지 않았다면 특약을 주장할 수 없다: 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

수분양자는 입주예정일(2019. 12.)로부터 3개월이 넘도록 입주가 지연되자 공급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과 총공급금액 10%의 위약금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서울고등법원 2023. 8. 31. 선고 2022나2048531 판결)은 특약이 공급계약서의 일반 조항과 같은 색깔·크기·글자체로 구분 없이 적혀 있었고, 신탁사가 특약의 존재나 효과를 따로 설명하거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서면자료를 준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책임한정특약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의 설명의무 대상인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거래상 일반적이고 공통된 것’인지는 그 거래계에서 통용되는지를 기준으로, ‘고객이 별도 설명 없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항’인지는 소송당사자인 고객 개인을 기준으로 따진다고 정리했습니다. 신탁업계에서 이 특약이 통용되더라도,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수분양자가 별도 설명 없이 이를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판결은 신탁계약의 자금집행순서 조항이 있더라도 수분양자의 위약금 채권은 해제 통지 도달과 함께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본 원심도 유지했습니다.

①과 ②는 결론이 달라 보이지만, 같은 법리 아래에서 설명 과정에 대한 증거가 달랐던 사안으로 읽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① 사건에서는 수분양자가 계약 내용을 읽고 설명을 들어 이해했다는 취지를 자필로 적었고, ② 사건에서는 특약을 따로 설명했다는 증거가 없었습니다.

③ 주문에 ‘신탁재산 범위 내’를 밝히는 방식: 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3797 판결

이 판결은 수탁자가 바뀌어 새 수탁자가 신탁재산 한도에서 종전 수탁자의 채무를 승계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이행판결 주문에 새 수탁자의 고유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도록 신탁재산의 한도에서 지급을 명하는 취지를 명시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한도를 금액으로 특정하면 오히려 고유재산으로 변제해야 할 위험이 생기므로, 금액 없이 그 취지를 따로 적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책임한정특약 사안에서도 같은 형식이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① 사건 항소심은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위약금을 지급하라는 주문을 냈고, 대법원은 이를 유지했습니다.

코멘트: 실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두 판결 이후 책임한정특약 분쟁의 중심은 ‘특약이 유효한가’에서 ‘특약을 제대로 설명했는가’로 옮겨 간 것으로 보입니다.

  • 신탁사: 계약서에 특약을 넣고 포괄적으로 서명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약 조항을 글자 크기나 색으로 구별하고, 계약이 해제되어도 신탁재산이 부족하면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이익을 구체적으로 적은 안내문을 따로 교부한 뒤 확인을 받아 두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미 체결된 계약은 설명 자료가 남아 있는지 점검해 둘 만합니다. 소송에서는 주문에 신탁재산 한도가 표시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 수분양자: 계약서에 특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반환 청구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계약 당시 특약에 대해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어떤 서류에 서명했는지가 결론을 가를 수 있습니다. 신탁재산에 남은 자산과 시행사·시공사가 공급계약 당사자로 함께 들어가 있는지도 확인해 청구 상대방을 정할 수 있습니다.
  • 시행사(위탁자): 신탁사의 책임이 신탁재산으로 제한되면 수분양자의 청구는 결국 시행사 쪽으로 모일 가능성이 큽니다. 분양 단계의 설명 절차가 시행사 자신의 위험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계약서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양계약서에 책임한정특약이 있으면 분양대금을 전혀 돌려받을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약이 유효해도 신탁재산 범위 안에서는 신탁사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또 신탁사가 특약에 관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특약을 계약 내용으로 주장할 수 없어, 고유재산으로 책임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

Q. 계약서에 서명만 했다면 특약을 설명받은 것으로 보나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약이 일반 조항과 구별 없이 적혀 있고 따로 설명하거나 서면자료를 준 증거가 없는 사안에서, 신탁사가 특약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이 유지되었습니다(대법원 2026. 2. 26. 선고 2023다280945 판결). 반대로 수분양자가 계약 내용을 읽고 설명을 들어 이해했다는 취지를 자필로 적은 사안에서는 특약의 효력이 인정되었습니다(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99635 판결).

Q. 모든 신탁 분양에 같은 법리가 적용되나요?

두 판결은 신탁사가 매도인이 되는 관리형 토지신탁 사안입니다. 시행사가 분양하고 신탁사는 분양관리신탁과 대리사무만 맡은 구조에서는, 신탁사가 매도인으로서 책임을 지지 않아 수분양자가 신탁사에 부당이득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3다8960 판결).

Q. 유한책임신탁 등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특약이 유효한가요?

유효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유한책임신탁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개별 계약에서 맺은 책임한정특약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5. 7. 3. 선고 2023다299635 판결).

Q. 판결 주문에 ‘신탁재산 범위 내’가 들어가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승소한 채권자가 신탁사의 고유재산에는 강제집행할 수 없게 됩니다. 대법원은 수탁자 책임이 신탁재산 한도로 제한되는 경우 주문에 그 취지를 명시해야 하고, 한도를 금액으로 특정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다8379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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