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된 건물의 임차인, 보증금은 누구에게 돌려받나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59651 판결,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
요약
담보신탁계약서에는 흔히 “임대차는 위탁자가 관리하고 보증금 반환채무도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들어가고, 이 계약서는 신탁원부로 등기부에 편철됩니다. 대법원은 2012. 7. 26. 시행된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에서는, 신탁등기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원칙적으로 ‘그 재산이 신탁재산이라는 사실’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신탁원부에 적힌 임대차·보증금 약정만으로 임차인에게 대항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반면 구 신탁법이 적용되는 오래된 신탁에서는 신탁원부 기재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종전 판례가 여전히 쓰이고 있어, 신탁계약 체결 시기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탁원부에 적힌 약정은 임차인에게도 효력이 있는가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신탁이라면,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 최근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보지만(부동산등기법 제81조 제3항), 등기기록에 적혀 있다고 해서 그 내용 전부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다툼이 생기는 이유는 담보신탁의 구조에 있습니다. 소유권은 신탁사로 넘어가지만, 건물 관리와 임대는 위탁자인 건물주가 계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은 건물주와 계약하고 보증금을 건네는데, 건물이 공매되거나 위탁자가 자력을 잃으면 누가 보증금을 돌려줄지가 문제됩니다.
종전에는 구 신탁법 제3조 제1항(“신탁은 그 등기 또는 등록을 함으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을 근거로, 신탁원부에 기재된 약정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2011. 7. 25. 전부개정되어 2012. 7. 26. 시행된 신탁법 제4조 제1항은 신탁등기로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대항할 수 있다고 문언을 바꾸었습니다. 대법원은 이 문언 차이에 주목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 판결 | 쟁점 | 결론 |
|---|---|---|
|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신탁원부 기재로 신탁사가 관리단에 대항할 수 있는지 (현행법) | 대항 불가, 파기환송 |
|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 임대차 유지·보증금 반환을 위탁자가 맡는다는 신탁원부 기재로 상가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현행법) | 대항 불가, 파기환송 |
|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 | 위탁자 명의 임대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된 경우 보증금 반환 주체 (구법) | 위탁자가 부담, 공매 매수인은 승계 안 함, 상고기각 |
|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59651 판결 | 관리비 약정의 대항력 (현행법, 2018년 신탁) | 대항 불가, 파기환송 |
|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 | 관리비 약정의 대항력 (구법, 2009년 신탁) | 대항 가능, 상고기각 |
① 현행법 법리의 선언: 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2019년경 체결된 담보신탁에서, 신탁계약서에 관리비를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조항이 있었고 신탁원부에 편철되었습니다. 원심은 신탁사가 이 조항으로 관리단에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은 현행 신탁법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신탁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탁재산의 구성에 관한 사항 외에는 이로써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구 신탁법 사안인 대법원 2012. 5. 9. 선고 2012다13590 판결은 이 사건에 원용하기 적절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② 임차인 사안: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임차인은 종전 소유자와 상가 임대차계약을 맺고 인도와 사업자등록을 마쳤습니다. 새 건물주는 2022. 8. 16. 소유권을 취득한 날 신탁사와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했고, 신탁원부에는 ‘종전 임대차는 유효하고, 임료는 위탁자가 수납하며, 보증금 반환채무는 위탁자가 부담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었습니다. 건물주(위탁자)가 갱신을 거절하고 건물인도를 구하자, 원심은 위탁자가 임대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인용했습니다.
대법원은 위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더라도 위탁자가 제3자인 임차인에게 이로써 대항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신탁계약과 무관하게 임차인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었는지, 신탁사가 같은 법 제3조 제2항에 따라 임대인 지위를 승계해 위탁자가 그 지위를 잃었는지를 심리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용한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이 구 신탁법 사안이어서 적절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③ 구법 사안: 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
위탁자는 2007. 6. 4. 오피스텔 담보신탁을 체결했고, 신탁사의 사전 승낙을 받아 위탁자 명의로 임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습니다. 임차인은 위탁자와 계약했고, 이후 오피스텔을 공매로 취득한 매수인을 상대로 보증금 반환을 구했습니다.
대법원은 구 신탁법 아래에서는 신탁원부 기재로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보고, 보증금 반환채무는 위탁자에게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신탁사가 임대인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그로부터 소유권을 취득한 매수인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④ 체결 시기에 따른 차이: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59651 판결과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
같은 날 선고된 두 관리비 사건은 결론이 반대였습니다. 2018년경 신탁계약 사안은 현행법을 적용해 파기환송하였고, 2009. 1. 8. 신탁계약 사안은 구 신탁법을 적용해 신탁사의 대항을 인정하였습니다.
다섯 판결을 함께 보면, 대법원은 신탁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 법률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19다300095 판결은 폐기된 것이 아니라 구법 사안의 선례로 남아 있습니다. 현행법 사안에서 보증금 반환 주체는 신탁원부가 아니라 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과 임대인 지위 승계 여부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코멘트: 실무에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현행법 신탁에서는 신탁원부 조항이 아니라 임대차보호법의 요건이 보증금 분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 임차인: 등기부의 신탁등기 일자와 신탁원부상 신탁계약 체결일을 먼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항요건(인도, 주민등록 또는 사업자등록)을 언제 갖추었는지, 신탁 전후 어느 시점인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 위탁자(건물주): 신탁원부 조항만으로 임대인 권리를 행사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신탁 전부터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다면 임대인 지위가 신탁사로 넘어갔는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신탁사: 현행법 신탁에서는 “보증금은 위탁자 부담”이라는 신탁원부 기재만으로 임차인 청구를 막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대 동의서, 임차인 확인서 등 임차인과 직접 맺은 약정이 있는지 점검할 수 있습니다.
- 공매 매수인: 공매 공고의 임대차 현황과 함께 신탁계약 체결 시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행법 신탁이라면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을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계약서 문언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신탁원부에 ‘보증금은 위탁자가 반환한다’고 적혀 있으면 신탁사에는 청구할 수 없나요?
현행 신탁법이 적용되는 신탁이라면, 그 기재만으로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으로 보입니다. 신탁사가 실제 반환의무를 지는지는 임차인의 대항력과 임대인 지위 승계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Q. 우리 건물 신탁이 현행 신탁법 적용 대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판결들은 신탁계약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 법률을 가렸습니다. 현행 신탁법은 2012. 7. 26. 시행되었으므로, 그 이후 체결된 신탁계약에는 제4조 제1항이 적용된 것으로 보입니다(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259651 판결, 대법원 2025. 6. 5. 선고 2023다310648 판결).
Q. 신탁된 오피스텔을 공매로 샀는데, 기존 임차인 보증금도 물어줘야 하나요?
구 신탁법 사안에서는 위탁자 명의 임대 약정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으면 매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2. 2. 17. 선고 2019다300095, 300101 판결). 현행법 사안에서는 같은 결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워 보이므로, 임차인의 대항력 취득 시점을 따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신탁사 동의 없이 건물주와 계약했는데, 대항력이 인정되나요?
담보신탁 중 위탁자가 신탁사 동의 없이 임대한 경우에도, 이후 위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면 그 즉시 대항력이 생길 수 있다고 본 판결이 있습니다. 이 사안에서는 그 뒤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한 경매의 매수인에게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다44879, 44886 판결).
Q. 관리비 판결이 임대차에도 그대로 적용되나요?
대법원은 관리비 사건에서 먼저 선언한 법리를 상가 임대차 사건에 그대로 원용했습니다(대법원 2025. 2. 13. 선고 2022다233164 판결, 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3다296643 판결). 감리 용역비 사건에서도 같은 법리가 쓰였습니다(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3다299338 판결).